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동춘 서커스 단원들과 함께 생활했다.
스물다섯, 2001년의 일이었다.
동춘 서커스는 당시에도 존폐를 고민했다. 공연장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일이 드물었다.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관객이 5명도 채 되지 않았다. 진흙이 된 바닥 위에 놓인 의자에 기대어 몇몇 사람들이 공연을 관람했다. 나는 그런 그들을 구경했다. 매점에서 라면과 팝콘 등의 간식을 파는 일이 나의 일이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젖은 흙냄새와 함께 팝콘 냄새가 거대한 천막 안을 가득 채웠다. 그럴 때면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간간히 단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공연하는 뒷모습과 공연이 없는 날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촬영했다. 사소한 것들의 아름다움이 쓸쓸함과 함께 깊은 감동을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