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매체로 실현되어 온 작업들은 공간(空間)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작업의 과정은 공간을 매개로 하여 나를 돌아보고 사회를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질문하던 시간들이었다. 써커스 공연장과 자연사 박물관, 살아온 과거의 방들, 곤충을 소재로 한 공간들을 통해 개인사적 이야기들을 다루며 상처와 고통을 발견하고 스스로 치유하기도 했다.
첫 사진들을 촬영할 당시에는 써커스 공연장과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두 공간 속에 깊이 몰입되어 있었다. 환상적이지만 어딘가 쓸쓸하고 우울한 정서가 담겨있는 써커스 무대, 그리고 죽음이 삶의 형태로 재현된 자연사 박물관을 떠올려 보면 지금까지 진행해온 여러 작품들 속에는 이 두 공간에 대한 느낌들이 어딘가에 스며들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후 설치작품들 중 가장 주된 소재는 그동안 살았던 집들을 재구성하여 만든 것들이다. 이 시기 과거로부터 현재의 자신을 이해하고 싶었던 혼란의 시간들이 연속되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듯 과거의 기억들을 더듬어 소환하기 시작했다. 잊혀진 시간과 기억들을 공간을 통해 다시 만나고 상기했다. 하지만 과거는 현재를 위로하지 못했다. 다만 상처와 혼란은 과거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개인의 인생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에서 길을 잃었을 때 과거로 돌아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며 잃어버렸던 길을 찾기도 한다. <Burning House>를 진행하면서는 과거에서 돌아와 현재의 자신의 고통과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나를 직시하고 스스로를 다소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Burning House>의 공간은 확실히 현재의 내면적인 상태에 집중되어있으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과거를 향했던 시선들이 다시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곤충인간>은 이러한 전환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통의 원인, 상처와 치유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고민한 작업이라고 생각된다. 나약하고 하찮은 곤충이 외부 공격과 충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몸 일부를 딱딱한 껍질과 위협적인 문양들로 진화시켜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2022